전두엽과 측두엽의 역할·작용……감정조절·이성·언어능력 등.
우리 인간의 뇌 중 이른바 뇌주름이 많이 들어 있고 대뇌의 겉겉을 덮고 있는 부분을 ‘대뇌신피질’이라고 부른다. 다른 동물들에 비해 우리 인간은 이 대뇌신피질이 크게 발달했기 때문에 고도의 능력을 가질 수 있었던 것으로 여겨진다. 대뇌신피질은 ‘잘 살기 위한 뇌’이다. 자세한 내용은 ‘인간만이 창조적일 수 있었던 이유? 뇌로 끈을 푸는 동물과의 차이점’을 보시오.
대뇌신피질은 더 나아가 ‘전두엽’, ‘두정엽’, ‘측두엽’, ‘후두엽’이라는 네 부분으로 나뉘어 각각 다른 역할을 한다. 이 중 전두엽과 측두엽에 장애가 생겨 발병하는 것이 전두엽 치매다.
전두엽 중에서도 특히 앞쪽에 위치한 부분은 ‘전두엽 전피질’이나 ‘전두엽 연합피질’이라고 불리며 생각·판단, 의욕, 주의집중력, 감정조절, 이성 등을 관장한다. 그야말로 ‘인간다움’을 나타내는 뇌 영역이 전두엽 피질이라고 할 수 있겠다.
전두엽 변성은 이러한 기능들을 상실하게 한다. 구체적으로는 ‘다른 사람이 어떻게 생각하는지 신경 쓰지 않기’ ‘무엇이든 입에 넣기’ ‘무욕·무관심’ ‘주의산만’ ‘가만히 있지 못하기’ ‘남 무시하기’ ‘폭력 휘두르기’ ‘남의 집에 제멋대로 올라가기’ 등 자기중심적·반사회적·비도덕적으로 보이는 행동이 생긴다.
가끔은 사회적으로도 좋은 위치에 있는 것 같은 사람이 갑자기 겁먹지 않고 물건을 훔치는 사건이 보도되기도 한다. 물론 그 경우들이 모두 이 질병 때문이라고는 할 수는 없지만, 그때까지는 사회적으로 정상적인 도덕성을 가지고 살았던 사람이 슈퍼 가게 앞에서 판매되는 반찬에 주저없이 손을 대고 먹거나,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도 아닌데 도둑질을 반복하게 되거나, 또 그들의 행동에 주의를 받아도 전혀 반성의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면 전두엽 퇴행성의 가능성이 있을 수 있다.
측두엽은 또한 기억, 얼굴 및 물체 인식, 언어 등과 관련이 있다. 이 때문에 전두엽변성증에 걸리면 ‘얼굴과 사물을 구분할 수 없게 된다’ ‘말을 이해하지 못한다’는 등의 기억·언어장애가 생기게 된다. 전두엽 퇴행성은 ‘상대방의 말을 듣지 않고 일방적으로 말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주변에 대한 무관심과 더불어 상대방이 하는 말을 이해하지 못하는 언어장애가 관련된 것으로 보인다.
초기에는 지적 기능이 유지되지만 진행되면 뇌의 다른 부분으로도 장애가 확산돼 기억·어림짐작·계산력 저하 등을 동반하면서 치매가 나타난다.

전두엽변성과 픽병의 차이·특징.
다소 헷갈리지만 보충해두면 전두엽 치매와 관련된 질병으로 ‘픽병’이 있다.
이 병의 첫 사례를 보고한 사람은 체코의 정신과 의사 아놀드 픽 박사이다. 1892년 Pick 박사는 언어 장애가 있는 환자의 사후 뇌를 조사하여 대뇌신피질의 전두엽과 측두엽이 현저하게 위축되어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이후 비슷한 사례를 여러 건 보고하면서 독특한 뇌위축증이 있다는 생각이 들게 됐다. 뇌 병변을 자세히 살펴보니 변성된 전두엽과 측두엽 신경세포 내에는 정상세포에서 볼 수 없는 구형의 이상 구조물이 있는 것으로 나타나 ‘픽구’라는 이름이 붙었다. 픽볼이 나타나 뇌가 위축되는 병은 ‘픽병’이다.
그건 그렇고, Pick 박사가 Pick 공을 처음 발견한 사람이 아니야. 알츠하이머 병을 발견한 독일의 알로이스 알츠하이머 박사가 1911년에 발견하고 보고했다. Pick이라는 이름은 Pick 박사가 죽은 지 2년 후에 지어졌다. 최초로 보고한 박사의 공적을 기려 이름이 병리상이라 병명이 붙여진 것이다.
더욱이 이후 연구가 진행되면 픽구가 보이지 않는데도 픽병과 비슷하게 전두엽이나 측두엽이 위축되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나타나 픽구의 유무와 관계 없이 전두엽과 측두엽을 중심으로 신경세포가 사멸하여 위축되는 병을 ‘전두측두형 퇴행성증’이라고 부르게 되었다. 따라서 픽병은 전두엽변성 질환의 일종으로 ‘전두엽 치매’의 원인 질환 중 하나라는 것이다.
픽병의 증상은 위에서 설명한 전두엽변성 증상과 같다. 그것은 한창 일할 때인 40세에서 60세에 많이 발생한다. 환자 본인의 원래 성격에서는 생각할 수 없는 행동, 구체적으로는 자기중심적·반사회적·비도덕적이라고 볼 수 있는 언행이나 언어장애 등이 눈에 띄게 나타난다.
안타깝게도, 아직 치료 방법이 없기 때문에, 나는 환자를 돌보면서 그 과정을 지켜볼 것이다. 특히 젊은 치매의 경우 몸이 건강하고 힘도 강해 간병이 쉽지 않은 경우도 있다.
본인과 주변 사람 모두 질병을 인지하지 못하고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성격변화 등으로 인식하게 되는 경우, 적절한 보살핌을 받지 못한 채 절도나 위험운전 등을 반복해 범죄자로 취급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 나는 이 질병에 대한 더 많은 이해를 기대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