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기차를 타는 시간이 좋다. 출퇴근 러쉬는 힘들지만, 시트에 앉아 책을 읽거나, 음악을 듣거나, 차창의 경치를 멍하니 바라보면서 계절의 변화를 느끼거나. 타고 있는 사람들이 각자의 시간을 즐기고 있는 그 느낌은 뭐라 말할 수 없을 정도로 편안하다.

너무 편안해서 정신차려보니 책을 한 손에 들고 꾸벅꾸벅……. 특별히 피곤한 것도 아닌데 왜 전철을 타면 졸리지? 그러고 보니 젊었을 때는 회식하고 돌아오는 길에 전철에서 늦잠을 자서 전철을 몇 번이나 왕복한 적이 있었네……. “손님, 종점이에요!”라고 깨워주신 차장님, 그 때는 신세를 졌습니다(웃음).

한 웹사이트가 기차에 대한 설문조사를 했더니 응답자의 무려 67%가 ‘기차를 놓친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고 한다. 게다가 그 중 15%가 ‘종점까지 갔다’고 하니, 나뿐만이 아니었다! 시간에 쫓기는 현대인이 이렇게 자주 전철에서 잠들어버리다니, 혹시 이건 엄청난 문제가 아닐까?

그래서 나는 기차를 타면 잠이 오는 수수께끼에 대해 조사했다. 그리고 나서, 나는 기차에서의 졸음이 흔들리는 방식과 관련이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키워드는 ‘주파수 1Hz(헤르츠)’ 흔들림과 수면의 관계를 잘 아는 교수는 수도권 전철이 흔들리는 방식을 조사해 수면과 어떤 연관성이 있는지 분석했다고 한다.

결과적으로 어떤 전철이라도 반드시 졸리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 판명. 잠이 오기 쉬운 구간의 흔들림이 1Hz라는 것을 알아냈다고 한다. 1Hz의 흔들림이란, 1초에 1번 흔들리는 상태를 말한다. 마치 요람에서 흔들리는 것 같은 상태에 가까운 흔들림이라 저절로 졸음이 온대.

또 같은 1Hz라도 뚜렷한 큰 흔들림보다도 흔들렸는지 아닌지 모르는 작은 흔들림이 잠들기 쉽다는 것도 알았다던가. 같은 차량이라도 차나 버스와 달리 기차는 불규칙한 운전이나 급커브 등이 적고 자극이 적어 잠들기 쉬운 환경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커브가 있는 기차 노선들은 운행에 변화가 있기 때문에, 잠들기 힘든 노선들이 있을 수 있다.

외국 전철에서 졸면 소매치기에게 지갑이나 가방을 도둑맞기 때문에 도저히 잠을 잘 수 없다고 들었는데, 그렇게 생각하면 우리들이 전철에서 당당히 졸 수 있는 것은 안전한 나라이고, 게다가 쾌적한 주행을 실현하고 있는 높은 기술력의 증거라고 할 수 있을지도?

참고로 전철과 졸음의 관계를 알아낸 전직 이노 교수 등 연구팀은 불면증으로 고민하는 사람이나 교대제 직장 등을 위해 ‘잠들기 좋은 침대’를 개발하고 있다고 한다. 그렇게 생각하면 전철에서 잘 수 있다는 것은 대단한 일일지도. 전차의 꾸벅꾸벅이 왠지 귀한 시간처럼 느껴졌어. 오늘은 책을 집에 두고 전철 안에서 푹 잘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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